지난 7년 간의 대학생활을 마무리하는 가운데 있다. 2008년 6월에 미국에서 돌아와 2009년에 대학교에 입학을 했으니, 중간에 군대를 다녀온 2년을 제외하고도 대학생 신분으로만 5년을 넘게 살아온 셈이다. 기억이 더 희미해지기 전에 그 동안 배우고 느낀 것들을 글로 남겨보고 싶다.

범사에 주님을 인정하는 것

하나님은 비단 교회에만 계시는 분이 아니셨다. 여러 룸메이트들과 함께 살았던 기숙사 방과 수업을 들었던 교실에도,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했던 식당과 인턴으로 일했던 직장들에도 하나님은 함께하시는 분이셨다. 아브라함 카이퍼가 말했듯 삶의 모든 영역이 곧 하나님의 주권이 임하는 장소였다. 하나님께서 역사하실수 있는 영역을 내 안의 편협한 생각으로 제한시켜두곤 했었는데, 하나님께서는 참 많은 경로를 통해서 나의 생각보다 훨씬 더 크신 분이심을 나타내주셨다.

대학교 1학년 말부터 2학년까지 학교의 한 교수님께 신앙훈련을 받았다. 신앙훈련이라는게 성경을 많이 암송하고 신앙 서적을 읽으며 글을 쓰고 기도회를 하는 등 흔히 교회에서 많이 하는 것들을 배우는 부분도 컸지만 교수님께서는 특히 크리스천으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많은 시간을 할애하셔서 보여주시고 가르쳐주셨다. 주말마다 교수님 가정에 놀러가 밥을 먹고 교제하며 가족들이 함께 사는 집이라는 공간에 하나님께서 어떻게 역사하시는지 보았고, 교수님을 도와 프로젝트들을 하면서 일터에서 하나님과 어떻게 동행하며 신앙인으로 살수 있는지 배울 수 있었다.

하나님은 실로 내 삶 전체의 주인되시며, 내가 내어드릴 수 있는 부분들만 선별적으로 내어드리는 것이 아니라 내 삶 전체를 하나님께 내어드리는 것, 그리고 그 가운데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삶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서도 이어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죄의 문제

대학을 다니는 가운데 나의 죄인됨을 깨달았다. 어릴때는 회개를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나님 앞에서 크게 잘못한 것도 없다고 생각했고 죄의 문제가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실존의 문제는 어려서부터 내 삶의 큰 화두였는데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며, 특히 데카르트, 니체, 하이데거를 공부하게 되며 이 문제가 극대화 되었다. 결국 도무지 견딜 수 없을만큼 비참하고 암울한 내 실존을 발견하게 되었고 내 안에는 아무런 소망도 기대도 없음에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해결되지 않는 죄의 문제는 그렇게 꽤 오랜시간 나를 짓누르는 심각한 문제였다.

하지만 나의 역겨운 실체를 깨달을 때 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더욱 내 안에 선명해져갔고,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게 되면서 마침내 그 십자가 안에서 참 자유와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이제 이 자유를 누리게 되면서 내가 죄를 피상적인 수준을 넘어 나의 실존의 영역에서 깨달을 수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죄사함을 받은 자로 이제는 거룩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경건의 삶에 힘쓰고 싶다. 나의 존재로는 도무지 살아낼 수 없는 삶이지만 나의 시선을 그리스도께 두고 한 걸음씩 주와 동행하며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정직

대학교 1학년 2학기에 국제관계학입문이란 수업을 들었다. 전공과목이라 중요하기도 했고 학교에서 어렵기로 정평이 나있더 수업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중간고사를 보았는데 아마 3등 내지 4등 정도를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중간고사 시험지를 받아서 자세히 보니 성적이 내가 실제로 받아야 할 성적보다 5점 가량 높게 나왔었다. 마음 한켠에는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쁜 마음이 들었다. 이 문제를 두고 대학교 1학년의 어린 나이로 마치 세상 모든 짐을 짊어진 마냥 하루 종일을 끙끙 앓으며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이틀 뒤 교수님께 찾아가 중간고사 성적에 오류가 있음을 말씀드렸고 원래 받아야 할 점수로 정정을 받았던 일이 있다.

비록 사소한 일이었지만 이 날을 계기로 정직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고 또 정직이라는 것이 하나의 삶의 원칙이 되어 어떻게든 싸워서 지켜내야할 가치가 되었고 지금까지 (실패한 적들도 있었지만) 정직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치열하게 발버둥치며 싸워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정직이라는 가치를 타협할 것을 요구받거나 유혹받는 상황들이 더욱 많아질터인데 그 가운데서 내가 정직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은 전혀 없다. 그래서 더욱 날마다 말씀 앞에 나의 삶을 내어놓고 정직한 영을 내 안에 주셔서 하나님과 사람 앞에 정직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깨어있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성적 순결

대학교 1학년때 학교에서 순결서약식이란걸 했다. 몇 주간의 공부 과정을 마치고 하나님 앞에서 몸과 마음이 거룩한 순결한 신부로 살겠노라 서약하는 것이었는데, 그 당시의 고백이 대학생활 내내 내게 있어 큰 도전의 대상이 될 줄 몰랐었다. 실제로 혼전순결이나 포르노그래피 등의 문제들과 계속해서 처절하게 싸워야 했고, 누구보다도 혈기왕성한 사람으로서 견뎌내기가 참 힘들기도 했다. 우리는 모두 죄인인데 행위의 문제 하나로 뭘 그렇게 고민을 해야하나 생각했던 적도 있었고 내가 너무 율법주의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자기비판에 빠져 있었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이토록 비참하고 소망 없는 죄인인것을 아는데,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성적인 문제까지 가득하게 되었다면 나는 지금 어떤 상태일지 생각해보면 감사한 마음뿐이다.

성적인 죄와의 싸움은 특히나 어렵고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문제같다. 한가지 배운 것은 감추고 싶고 더러운 죄 일수록 신뢰하는 동역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공동체 안에서 기도와 도움을 구하는 것이 이 죄를 싸우는데 있어서 정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내게 이 문제를 두고 함께 씨름하고 기도하는 친구들을 주셔서 감사하다.

기도

기도를 지극히 영적인 행위로만 생각하곤 했얶던 것 같다. 하지만 기도를 배우고 또 신앙인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기도는 사실 호흡과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기도나 철야기도와 같이 특정한 시간을 정해두고 하나님께 집중하여 기도하는 시간도 정말 필요하지만 하루의 순간 순간마다 호흡하듯이 주님과 대화하는 것이 또한 얼마나 귀한지 깨닫게 되었다. 밥을 먹다가도, 수업을 듣다가도, 중요한 발표를 하거나 친구들과 놀다가도 기도할 수 있음을 많은 신앙의 선배들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대학생활 가운데 그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 참 큰 축복이다.



책을 읽는 기쁨은 내 대학생활의 큰 축복이었다. 존 스토트, 재임스 패커, C. S. 루이스, 성 어거스틴, 헤르만 바빙크, R. C. 스프라울, 아브라함 카이퍼, 알버트 월터스, 존 머레이, 리처드 뮬러, 유진 피터슨, 디트리히 본회퍼 존 파이퍼, 팀 캘러,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등 많은 믿음의 선배들을 책을 통해 만났고, 그들에게 배우며 함께 교제했다. 그들이 내게 남기는 질문은 항상 한가지였다. How then shall I live now? 그 질문들에 대답하는 삶을 살고 싶다.

​선교적 삶

예수님께서 마태복음 28장과 사도행전 1장에서 우리에게 주신 선교의 사명에 나는 어떻게 반응하며 살 것인가 고민했다. 어린 나이에 선교사로 살겠노라 주님께 고백했지만, 대학을 다니며 앞으로 이러한 삶을 내 삶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그림을 조금이나마 그려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선교적 삶을 생각할 때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실제로 대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1년간 시리아로 선교를 가려고 준비를 했었다. 두번의 선교학교와 미션퍼스펙티브 과정을 수료하면서, 그리고 두번의 단기선교를 통해서 피상적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선교에 대하서 보다 실제적으로 배울 수 있었고, 내가 속한 땅과 삶의 현장에서 살아내는 선교적 삶이 얼마나 귀하고 또 어려운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주님께서 마태복음 28장과 사도행전 1장을 말씀하시는 선교적 삶을 이제 내가 속할 직장에서 살아내도록 나에게 calling하고 계심을 느낀다. 이제 나는 이 삶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또 생각나는 부분들이 있다는 까먹지 전에 덧붙혀서 적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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