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2년에 제작된 ‘의심하는 도마’ 이 작품에는 두 가지 충격적인 요소가 담겨있다. 첫 번째로는 도마가 예수님의 찢긴 옆구리에 직접 손가락을 넣어보고 있는 장면이 묘사되었다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제자들이 하나같이 평범한 늙은이들이라는 것이다. 당시에 이 작품이 불러일으킨 반향과 충격은 엄청난 것이었는데 이 전의 미술은 르네상스의 영향으로 모두 영웅적이며 신비롭게 그려진데 반하여 극히 적나라한 이미지가 표현되어있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심지어 예수님까지 평범한 인간의 모습으로 표현된 점이다. 카라바지오 이전의 회화에서는 예수님은 물론 사도들까지도 모두 빛나는 후광이나 천사들의 호위를 받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왔었다. 반면 카라바지오는 ‘의심하는 도마’에서 예수님과 제자들을 모두 지극히 평범한 인간의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성경에 도마가 예수님의 옆구리에 손을 넣었다는 직접적인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도마를 표현한 것은 정말로 도마가 성인(聖人)으로 불리운다 할지라도 그에게 있었던 의심하는 면모를 한층 부각시켜준다. 그림에서 도마의 주름진 이마와 옆구리에 넣은 손가락, 치켜 올린 눈썹은 도마가 그저 믿음이 부족하여 마음으로 의심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말로 심각하게 예수님의 부활을 의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특징적인 묘사는 ‘성 마태오와 천사’에서 카라바지오가 나타내고자 했던 기독교의 의미와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 인간은 누구나 악하며 부족한 존재이며, 그 누구도 완전하고 죄 없는 인간은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기독교는 바로 죄인들의 종교이지 성인(聖人)들의 종교가 아니다. 기독교인들은 성령의 역사와 하나님의 은혜로만 힘입어 성화(聖化)되어 가는 것이지 결코 신과 같이 변하는 것이 아니다.
글쓴이&저작권 by 댄인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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