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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감상

The Good Shepherd (선한 목자) - Warner Sallman (워너 샐먼)

90년대를 살아온 한국의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보았을 이 그림은 20세기 미국의 개신교 화가 워너 샐먼의 '선한 목자'라는 작품이다. 주로 예전에 교회에서 기념품으로 나눠주곤 하던 간이용 접이식탁이나 액자 등에 단골로 사용되었고, 요즘에도 많은 교회들이 휴지, 물티슈와 같은 전도용품 위에 인쇄용 그림으로 사용하고 있다. 

아름다운 꽃들로 수놓인 들판과 계곡을 거닐고 있는 예수님과 양들의 모습은 보고 있노라면 마치 이런 곳이 천국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자아내게 한다. 예수님은 깨끗한 세마포를 입으시고 한 손에 어린양 한 마리를, 한 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계신다.샐먼은 예수님께서 그 어린양 한 마리를 안으시며 보라보고 계시는 표정을 특별히 탁월하게 묘사하였는데, 이 표정에서 예수님의 자비하심, 불쌍히 여기시는 마음, 그리고 저들을 구원하시겠다는 결의에 찬 마음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 있다. 참 선한 목자의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샐먼의 예수님이 참 선한 목자의 바른 묘사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성경적, 역사적, 지리적 검토가 필요하다. 예수님은 새하얀 피부, 잘생긴 용모, 넓게 벌어진 어깨, 아름다운 금발머리, 잘 가꿔진 수염은 마치 멋진 헐리우드 배우 한 명을 보는 것과 같은 인상을 준다. 선한 목자이신 예수님은 정말 이런 모습이었을까? 이사야서 53장은 선한 목자이신 예수님에 대해서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그는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은 즉 우리의 보기에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것이 없도다 그는 멸시를 받아서 사람에게 싫어 버린 바 되었으며, 간고를 많이 겪었으며 질고를 아는 자라 마치 사람들에게 얼굴을 가리우고 보지 않음을 받는 자 같아서 멸시를 당하였고 우리도 그를 귀히 여기지 아니하였도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검은 양 한 마리의 존재이다. 검은 양 한 마리를 그린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서양에서 검은양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 보았을 때(골칫덩이, 말썽꾼) 이는 예수님의 포용성을 표현하려는 작가의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세기 초반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였을때 백인으로 표현된 예수님과 그를 둘러싼 다수의 흰 양들,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한 마리의 검은 양은 미국의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가졌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글쓴이&저작권 by 댄인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