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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생각들

여호와를 인정하는 것

어릴적 내게 익숙했던 하나님은 "길을 여시는" 하나님, "필요를 채워주시는" 하나님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내가 필요한 것들을 부족함 없이 채워주셨다. 말 그대로 "언제나" 하나님께서는 광야 같은 순간에는 물을 내셨고, 앞 길이 보이지 않을 때 길을 열어주셨다. 어린 나에게 실패와 절망이란 것은 믿음 없는 이들의 것인줄로만 알았다. 하나님의 은혜와 도우심을 찬양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중학교 시절 기타로 처음 연주했던 노래도 Chris Tomlin의 Enough라는 찬양이었다.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면서 하나님께서 내가 원하고 바라는 것들을 꼭 주시지 않을때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내게 필요하고 내가 보기에 합당한 것이라 할찌라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실 때가 있었다. 내가 반드시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되는 길을 막으실 때가 있었다. 

청년이 되고 나서 크고 작은 실패들을 경험했다. 사업도, 연애도 실패해보았고, 준비하던 시험에도 떨어져봤다. 처음에는 하나님께서 갑자기 내게 왜이러시는 것일까, 서운하기도 하고 잘 이해가 되지도 않았다. 구하면 주신다는 하나님께서 왜 침묵하시는 것일까. 무엇이 문제인 것인가. 주변으로부터는 두 가지 류의 조언들을 주로 들었다. 하나는 하나님과 나 사이의 관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길을 열어주시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내가 잘못된 것을 구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주시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틀리지 않은 이야기들이었고, 감사한 조언들이었다. 

몇 년 전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는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하나님과 내 삶에 대한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어린시절의 나의 하나님에 대한 경험들 속에서 자라지 못한 나의 믿음과 하나님에 대한 나의 편협한 이해를 보며 통탄해하고 눈믈을 흘렸다. 이후 하나님의 주권은 언제나 나의 삶의 가장 큰 화두가 되었다.

오늘도 작지만 또 한 가지의 실패를 경험했다. 하나님과 깊은 친밀함을 누리는 가운데 기도와 노력으로 열심히 준비했고, 또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는데 하나님께서는 허락치 않으셨다. 그런데 이전과는 달리 마음에 평안함이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내게 더 이상 나의 "길을 여시는", "필요를 채워주시는" 성격에 제한되시는 작으신 분이 아니셨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여전히 언약을 성취하시고 나의 기도에 응답하시는 신실하신 하나님이시지만, 하나님은 그보다 더 크신 분이신 것 같다. 하나님께서는 천지를 창조하시고 만물의 주재이시요 내 삶의 주인이시다. 그 분의 절대적인 주권을 인정하는 것은 지극히 합당한 일이 아닐수가 없다.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따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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