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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법

ICC는 북한의 김정은을 실제로 재판할 수 있을까?

20141219일 유엔총회는 본회의에서 북한 김정은 정권의 인권유린행위를 규탄하고 이를 개인의 범죄행위로 규정하여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기를 권고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또한 유엔안보리는 수일 이내에 이를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과연 국제형사재판소는 김정은의 행위와 그 개인에 대한 관할권을 가지고 처벌할 수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어떠한 절차를 통하여 이러한 처벌이 가능하게 되는 것일까?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실재로 관할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행한 행위가 ICC의 관할범죄에 속해야하며(물적관할권을 충족) ICC가 그러한 범죄를 범한 개인데 대해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인적/시간적관할권의 충족). 더불어 그 범죄를 이유로 ICC가 관할권을 행사해 주도록 제소주체에 의한 제소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관할권을 확보한 ICC가 특정 사건에 대해 실제로 재판을 할 수 있다는 재판적격성을 가져야 한다. 

본 글에서는 ICC가 관할권을 행사하기 위한 구체적인 요건들을 각각 검토하고 북한의 김정은에 대한 관할권이 성립할 수 있는 것인지 분석해 볼 것이다.

 

물적관할권

국제형사재판소 설립규정(ICC규정) 5조는 재판소가 국제범죄 중에서도 가장 중대한 국제범죄에 대해서만 그 관할권을 갖는다고 명시되어있고, 6조부터 제8조에는 이에 해당하는 3가지의 대상범죄(집단살해죄, 인도에 반한 죄, 전쟁범죄)를 제한적인 범위에서 제시하고 있다. 2010년 재검토회의를 통하여 기존의 세가지 범죄에 침략범죄가 추가되었으나 아직까지 발효되지 않은 상태이다. 

ICC규정 제6조에는 집단살해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을 상세하게 명하시고 있는데 살해, 중대한 육체적 위해 등 금지된 행위가 일어나야 하고 그러한 살해 등의 행위가 국민적, 종족적, 인종적, 또는 종교적 집단의 구성원을 전부 또는 일부 파괴하려는 의도가 있어야 한다. , 행위적 요소와 의도적 요소가 함께 있어야만 집단살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

본 규정 제7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인도에 반한 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특정 행위가 민간인에 대한 광범위한 또는 체계적인 공격의 일부여야하고 그 공격을 인지하고 행해진 것이어야 한다. 얼핏 보기에 집단살해죄의 성립요건과 비슷해 보이지만 특정 국민적, 종족적, 인종적, 종교적 집단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요건 대신에 그 대상을 민간인으로 넓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 다른 점이다. 또한 행위의 성격을 광범위하거나 체계적 공격의 일부라 함으로써 국가 이외의 조직에 의한 범죄도 이에 포함될 수 있다. 인도에 반한 죄의 구체적인 예로서는 살해, 절멸, 노예화, 주민의 추방, 강제적 이동, 구금, 신체자유박탈, 고문, 강간, 성적 노예화, 강제매춘, 강제불임, 인종분리 등 비인도적 행위가 있다.

전쟁범죄는 ICC규정 제8조에 명시되어 있는데 전시에 일어날 수 있는 행위 중에 "1949년 제네바 4개 협약의 규정하에 보호되는 사람을 고의적으로 살해하는 등 제네바 협약의 중대한 위반과 기타 국제적 무력출돌에 적용되는 법과 관습에 대한 중대한 위반, 제네바 4개 협약 공통 제3조의 중대한 위반과 내전과 같은 기타 비국제적 성격의 무력충돌에 적용되는 법과 관습에 대한 중대한 위반행위를 말한다"(김영석)

마지막으로 침략범죄는 국가의 정치적 또는 군사적 행동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거나 지휘하는 자에 의한 침략행위의 계획, 준비, 개시 및 실행으로서 UN헌장의 명백한 위반을 구성하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서 '침략'이란 타국의 주권, 영토보전, 또는 정치적 독립에 위반되거나 기타 UN헌장에 위배되는 국가의 무력사용을 의미한다.

 

인적관할권

ICC규정 제25, 26, 27조는 ICC의 인적관할권에 대하여 명시하고 있다. 25조에 따르면 ICC의 인적관할권은 오직 자연인인 개인에게만 미치며, 국가나 법인에게 미치지 않는다. 그렇지만 개인이 자국의 국내법이 부여한 공적지위를 기초하여 형사책임으로부터 면제될 수 없음을 덧붙힘으로 국가원수나 공무원의 행위가 국가의 행위로 귀속되어 면제를 향유하게 되는 장치를 제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 예외적으로 관할권으로무터 면제를 향유하는 개인을 명시하고 있는데 바로 범죄행위시 18세 미만인 자가 이에 해당한다.

 

시간적관할권

ICC의 시간적관할권은 일반적인 국내 형사관할권제도와 같이 소급효를 적용하고 있지 않으며 오직 규정 발효 이후에 발생하는 범죄에 대하여만 관할권을 가짐을 명시하고 있다. ICC규정 제24조는 '어느 누구도 이 규정이 발효하기 전에 행한 행위를 이유로 규정에 따라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논리로 신규 가입국의 경우, 가입 이후에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만 관할권이 적용되며, 비준서를 기탁한 후 60일이 경과한 날 이후 달의 첫째날로부터 조약이 발효하게 된다.

 

관할권 행사의 전제조건

ICC규정 제121항는 한 국가가 ICC규정의 당사국이 되면 자동적으로 ICC관할 대상범죄 모두에 대한 ICC의 관할권을 수락한다고 명시함으로 원칙적으로 자동관할권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ICC규정 당사국은 ICC의 기소와 수사에 협조할 의무를 지닌다. 하지만 동조 2항과 3항은 한 국가가 범죄사건에 연루되었지만 ICC규정의 비당사국이라면 자동적으로 협조해야할 의무가 없으며 이 경우 ICC는 관할권을 행사하기 위해서 해당 국가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소장치

ICC가 관할범죄행위에 대한 실제적인 관할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ICC규정 제13조에 명시된 제소장치 중 하나가 해당 범죄행위를 ICC에 제소해야 한다. 본 조항은 당사국, 유엔안보리, 그리고 ICC소추관이 직권으로 제소를 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만약 유엔안보리가 UN헌장 7장상의 조치와 그 절차로써 ICC에 관할범죄행위를 회부하여 관할권이 행사될 경우 관련국가들은 조약 비당사국이라 하더라도 모두 수사에 협조 해야할 의무를 지닌다.

 

재판적격성

마지막으로 ICC가 관할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재판적격성을 가져야 한다. 이는 ICC가 직권으로 판단하게 되어있는데 세가지 요건을 들고 있다. 바로 보충성의 원칙, 일사부재리의 원칙, 그리고 범죄의 중대성이다. 보충성의 원칙이란 특정범죄의 1차적인 관할권은 국내법원에 있으며 ICC는 국내법원이 기소불능, 기소의사부재로 판명되어 그 사안에 대한 심사가 공정하게 일어나지 못할 때 보충적인 성격으로 관할권을 가진다는 원칙이다. 일사부재리 원칙은 국내법체계가 이미 관할권을 행사한 경우 ICC가 다시 관할권을 행하사는 것을 금지시키는 원칙이며 범죄의 중대성이란 해당 범죄가 국제 공동체 모두가 관심을 갖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이다.

 

김정은에 대한 ICC의 재판관할권 행사

물적관할권: 성립

김정은 정권에 의한 인권유린행위를 다 언급할 수는 없지만 많은 부분에서 이는 인도에 반한 죄에 해당한다. 북한은 오랜 기간 정치범 수용소를 운영해오고 특별히 특정 종교에 대한 적대적인 정책, 색출, 탄압 등의 행위로 이를 가중시키고 있다. 따라서 ICC규정 제7조의 살인, 구금, 고문 등의 행위가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특정 종교집단, 정치집단을 대상으로 의도적으로 행해지고 있기 때문에 제6조의 집단살해죄 또한 성립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인적관할권: 성립

ICC규정은 공적지위로 인한 면제의 향유를 제한하고 있고, 따라서 국가원수라도 ICC의 인적관할대상에 포함된다. 김정은이 인적관할권의 유일한 면제 사유인 미성년자에도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인적관할권이 성립한다.

 

시간적관할권: 성립

김정은 정권에 의한 범죄는 과거 김일성, 김정일 정권으로부터 현재까지 계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 COI 보고서에서 이 사실이 공식적으로 증명되었다. 따라서 ICC규정 설립 이후의 범죄에 해당함으로 시간적관할권이 성립한다.

 

관할권행사의 전제조건, 제소장치: 긍정

북한인권에 대한 결의안은 유엔안보리가 김정은을 ICC에 제소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따라서 본 사안이 유엔안보리에서 논의되고, 안보리가 헌장 제7장상의 조치를 통해 최종적으로 김정은을 ICC에 제소할 것으로 결정하게 된다면 조약 당사국은 물론 비당사국들 모두 관련 사안에 협조 해야할 의무를 지니고 ICC는 강제적인 자동관할권을 향유하게 된다.

 

재판적격성: 긍정

ICC의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본 사안은 1차적으로 북한 국내 재판소의 관할권에 있으나 북한이 이러한 관할권 행사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가 문제가 되며, 또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김정은을 재판할 의사가 없음이 자명하다. 따라서 ICC는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 더불어 본 사안은 그 중대성이 국제공동체 전체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할 만큼 심각한 범죄에 해당함으로 재판적격성을 충족한다고 생각된다.

 

유엔안보리의 결정: 부정적

당월 22일 유엔안보리는 본 사안을 논의하기로 결정하였지만 상임이사국들의 만장일치에 의해 결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고, 오히려 중국이나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여 무산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유엔안보리의 결정에 따라 김정은을 실제로 ICC법정에 세우고 처벌할 수 있을지의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글쓴이&저작권 by 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