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생각들

복음과 하나님 나라

복음의 핵심은 우리의 어떠한 자격과 공로 없이 오직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행하신 일, 즉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베푸신 구원의 놀라운 사건에 있다. 끊임 없이 어떠한 자격을 구비하고 스스로를 증명하기를 요구받는 시대에 이러한 구원의 소식은 낮설기만 하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포도원 품꾼의 비유를 드시며 하나님 나라에 대하여 설명하신 적이 있는데, 여기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하나님 나라의 모습은 이 땅의 나라와는 굉장히 이질적인 것이었다. 포도원 주인은 각기 다른 시각에 일을 시작한 품꾼들에게 그들의 일한 시간과는 상관 없이 모두 동일하게 한 데나리온을 품삯으로 주었다. 이에 더 많이 일한 품꾼들은 주인에게 왜 자기들보다 적은 시간을 일한 품꾼들에게도 같은 품삯을 주느냐고 주인을 원망하였다. 이때 주인의 대답은 상당히 shocking한 것이었다.  

"나중 온 이 사람에게 너와 같이 주는 것이 내 뜻이니라. 이와 같이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리라"  

이것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일관되게 말씀하신 하나님 나라의 모습이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하나님 나라는 그 누구도 자격과 스스로의 공로로 들어가 살아갈 수 있는 그런 나라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은혜를 값없이 받은 자들이 그 은혜로 공로를 의지하여 사랑과 공의의 질서로 살아가는 곳, 그런 곳이었다.  

이 땅의 질서에 너무나 잘 편승하며 살아왔기에 복음이 내게 올 때 의심과 모종의 거부반응이 함께 일어난다. 빛이 나의 어두움을 비출 때 내 속 깊은 곳에서 내가 얼마나 이 땅의 권력적 질서를 사랑하며 돈과 성공을 갈망하는지를 직면하게 한다. 그 빛은 나의 이러한 상태를 아무리 부인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게 만든다. 나의 죄성은 이러한 복음을 더욱 더 절실하게 필요하며 고대하게 하면서도 한편으로론 이것을 거부하게 만든다. 과연 이 소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그저 머리로만 아는 것과 지식적으로만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나의 전 인격을 통해 믿을 수 있을지 고민에 빠지게 만든다. 

예수, 십자가. 두 단어만 자꾸 되뇌인다.

'나의생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A Critical Essay on Plato's Apology  (0) 2016.03.11
그냥 써본 시  (0) 2016.02.24
믿음  (0) 2015.11.14
나의 신앙고백  (0) 2015.10.25
上帝啊  (0) 2015.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