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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생각들

모기를 보며 든 생각

올 여름방학부터 아침마다 학교 뒷산인 안산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릴 때는 아버지께서 왜 이렇게 등산을 가자고 하시나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는데,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지 산이 참 좋아졌다. 지난 8월부터는 산에 올라갈 때 뛰어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첫째는 뱀이 무서워서, 둘째는 모기에 물리기 싫어서였다. 기분 좋게 등산을 하다가도 이따금 뱀을 만난다거나 모기에 물리게 되면 좋았던 기분이 어디론가 싹 달아나곤 한다.

오늘은 산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는 조금 걸어서 내려왔다. 이제 날이 선선해져서 모기가 없으려나 했더니 어김 없이 내 다리에 찾아와 여기 저기를 물어주셨다, 휘이 휘이 손을 저으며 모기들을 쫓고 있던 그 때 귀에 꽂은 이어폰 너머로 David Crowder의 'How He Loves'라는 찬양이 흘러 나왔다. 'He is jealous for me'라는 그 찬양의 첫 가사를 듣는데 머리가 띵했다. 나를 질투하시는 하나님이라니. 그분의 크심과 영광 앞에서 모기보다 작인 내가 무어라고.

우리는 모기를 보면서 사랑을 느끼지도, 또 모기를 질투하지도 않는다. 모기가 우리의 뜻에 반하여 어딘가를 물었다고 해서 모기에게 실망한다거나 질투심을 갖지 않는다. 오히려 모기를 보면 '하나님께서 모기 따위는 도대체 왜 만드셨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일절 고민도 없이, 온 분노를 다해 에잇하며 잡아버리지 않는가.

하나님의 크심과 그 찬란한 영광에 비할 때 인간의 눈으로는 도무지 선한 것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산속 모기에도 이르지 못할 정도로 작고 매번 하나님께 폐만 끼치는 존재인 나를 하나님께서 아실 뿐 만 아니라 질투를 느끼실 정도로 사랑하신다는 것은 사실 말도 안되는 일이다. 정말 crazy한 사랑이다.

놀랍게도 오늘 아침 매일성경 본문도 이스라엘을 질투하시는 하나님에 관한 말씀이었다. 하나님의 사랑이 hurricane이라면 우리는 그 바람과 자비의 무게에 압도되어 그 속에서 고개들지 못하고 구부러져 날리우는 나무일 것이며, 하나님의 은혜가 바다라면 우리는 모두 그 일렁이는 파도 속에 잠기우는 물방울과 같을 것이다. 모든 부분을 하나님께 기생하며 살아가는 우리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모든 악함을 압도하시는 은혜로 우리를 덮으신다.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우리를 사랑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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