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1. 2
직장 생활을 하면서 몇가지 세우게 된 원칙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업무 시작 30분 전 직장에서 기도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처음에 이 기도 시간은 하루 하루 직장생활을 해 나가는 것 자체가 너무 힘이 들어서 시작했던 생존을 위한 방편이었다. 주된 기도제목은 아래와 같았다.
1. 물밀듯이 밀려드는 세속적 가치들의 영향으로부터 지켜주세요.
2. 주일에 출근을 하지 않게 해주셔서 주일 성수를 할 수 있게 해주세요.
3. 상사가 지시하는 업무 중 불의한 업무가 있을 때 거절 할 수 있는 용기를 주세요.
4. 회식 자리에서 음주와 음행으로 부터 지켜주세요.
직장은 가정이나 교회와는 너무나도 다른 곳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하루 하루 내 몸뚱아리 하나 건재하는 것이 큰 기도제목이었다.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이 기도 시간에 기도의 제목들이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 내 삶에 대한 하나님의 주인되심을 고백하고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구하는 기도, 업무와 직장생활 가운데 하나님 나라와 통치가 임하기를 구하는 기도가 되었다. 이전에는 두려운 마음으로 환난가운데 주님의 도우심과 보호하심을 구하는 것이 주된 기도였는데 하나님의 주권을 고백하는 기도를 드리게 되면서 담대함과 용기가 생겼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여러 상황들에 직면하게 된다. 부사장님이 주시는 술잔을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 상사가 보고서 숫자를 거짓으로 만들어 보고하자는 지시를 받았을때 따를 것인지 말 것인지, 주일에 출근하라는 상사의 지시를 어떻게 받아 들일 것인지, 승진 기간에 룸살롱에 가자는 상사의 요구를 따를 것인지 말 것인지. 이 순간에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는지는 결국 내가 결정을 내려야 하는 부분이다. 처음에는 이런 상황들을 직면하는 것 자체가 너무 두려웠다. 이 두려움의 근원은 결국 하나님께서 나의 주인이시라는 사실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상사의 요구를 거부했다가는 상사에게 미운털이 박힐 것이 분명하고 이는 나의 직장 생활과 인사평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는 곧 나의 승진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앞으로의 커리어가 꼬일 것이라는 두려움, 즉 직장 상사가 나의 인생을 결정할 수 있는 주체라는 의식이 두려움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이 두려움의 근원을 발견하고는 직장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싸움의 주제는 '누가 나의 주인인가' 하는 주제였다. 하나님께서 나를 창조하시고 나를 이 곳에 보내신 분이시라는 것, 그리고 앞으로 나의 삶을 빚으시고 인도하실 분이시라는 것을 신뢰하고 인정하는 것. 이 사실을 인정하고 고백하는 시간을 갖기 시작하면서 직장에서의 삶도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것 같다. 세상에서는 여전히 힘과 돈이 있는 사람이 나의 주인이고 그들의 종이 되라고 속삭이지만 오늘도 나를 부르신 이 일터에서 아니라고, 하나님께서만 나의 주인이시라고 선포하며 이 아침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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