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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생각들

달란트과 직업

2017. 2. 20

 

지금 직장을 오게 될 때 내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대학시절의 절반 이상을 고시반에서 보냈고 모든 학업의 포커스도 고시공부에 맞춰져 있었다. 졸업 무렵 마지막으로 보기로 마음 먹었던 고시에서 낙방을 한 뒤 한 번도 해 본 적 없었던 구직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50 여개의 회사에 지원서를 냈고 10%의 성공률로 5개의 회사에서 면접을 볼 기회를 가졌다. 그 중 유일하게 붙은 곳이 한 곳 있었고 졸업 후 막대한 금액의 학자금을 상환하고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서 고민할 여유 없이 지금 일하고 있는 이 곳에 오게 되었다. 그리고 이 곳에서 28년 평생을 살면서 한번도 해보리라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을 하게 되었다. 

 

예술가의 아들로 태어나 늘 미술을 하고 싶었고 대학 입시도 건축학도를 꿈꾸며 준비를 했었다. 예술로 늘 재능을 인정 받았고 수상도 많이 했었다. 내게 주신 이 재능이 달란트라고 생각했고 이 달란트를 활용해 하나님을 위해 일하고 싶었다. 건축학교에 들어갔지만 재정적 상황으로 학업을 시작할 수 없었고 꿈을 잃었다는 생각에 절망했었다. 예술 외에는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외국어 밖에 없어서 편입학 후 들어가게된 곳에 정치외교학과였다. 공부를 하면서 나름대로 정치외교학에 흥미를 느꼈고 원래 하고 싶었던 길은 막혔지만 새로운 길로 인도하신 주님의 뜻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고 외교관이 되는 것을 직업적 소명으로 여기고 열심히 공부했다. 

 

운전을 해본 적도 없고 경영학의 '경'자도 알지 못했으며 영리보다는 공익을 위해 일하고 싶었던 나를 하나님께서는 자동차 회사 전략기획실에 보내셨다. 사실 나의 공익에 대한 강한 어필이 면접에서 통했었는지 원래는 회사에서 CSR을 담당하던 부서에 합격을 했고 첫 출근을 했었기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첫 출근 다음날 상부의 지시에 따라서 전략기획실에 갔던 내 동기와 나의 부서가 뒤바뀌게 되었고 졸지에 생각에도 없던 전략기획업무를 업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일을 시작한지 어느정도 지났지만 아직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 하나님께서는 나를 이런 곳으로 보내셨을까? 지난 시간 동안 이 곳에서 일을 하면서 내가 확실하게 깨닳은 것은 나는 이 분야에 재능이 전혀 없다는 점이었다. 숫자는 보기만 해도 머리가 핑 돌아가고 실수를 연발해서 매일 사수에게 혼이 난다. 엑셀이란 그동안 내게 도대체 왜 컴퓨터에 깔려 있는지 궁금했던 프로그램과 같은 것이었는데 매일 같이 공부하고 배우며 사용하게 되었다. 분명 내 재능은 미술에 있고 나의 달란트도 미술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왜 이 달란트를 사용하며 일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나를 인도하시지 않은 것일까? 

 

지금도 머리로 다 이해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감사한 것은 이 곳에서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겸손을 배우게 하시고 더욱 하나님을 의지하게 하신다는 것 같다. 내게 주셨던 재능을 꽃피우는 삶도 값진 삶이 될 수 있겠지만 나의 부족함을 자랑하며 주님의 채우심과 크심을 드러내는 삶도 아름다운 삶일 것이기에. 하나님이 없다면 감옥 살이 하는 것 같이 답답하고 괴로울 직장 생활이었겠지만 하나님께서 지금 나와 함께 하시기에 감사하고 만족한다고 고백할 수 있다. 

 

밤이 늦었다. 이제 얼른 오늘 혼난 (실제로 엎드려 뻗쳐를 두 번 함) 부분 수정하러 가야겠다. 주님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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