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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생각들

음주에 대한 생각

학교에서 가끔 밥을 같이 먹는 D형은 나를 만날 때 마다 같이 술을 마시러 가자고 한다. D형이 내가 아직 한번도 술을 마셔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내 첫 술은 꼭 자기가 먹이겠다는 사명감 비슷한 것을 가지게 된 것 같다 ㅎㅎㅎ 내가 끝끝내 사양하면 D형은 굉장히 논리적이며 성경적인 근거들을 들어가며(형도 크리스천이기에) 내게 술을 마셔도 되는 이유들을 설명해주곤 한다. 사실 대부분 나도 동의하는 이유들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왜 술을 안마시는 것인지 한번씩 생각해보았다. 음주가 죄라고 생각해서 술을 마시지 않는 것는 것은 아니다. 나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것들은 모두 유익한 것이며, 술 또한 하나님의 창조 영역에 속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술을 마시지 않아왔고, 또 앞으로도 술을 마실 생각이 없다. 

오늘도 D형에게 술을 마시자는 연락을 받았다. 사실 그 동안은 머릿속으로 생각만 해보고 한번도 누구한테 이야기 해본 적이 없는 것들인데 내가 왜 술을 마시지 않는지, 그 이유들과 음주에 대한 나의 일반적인 생각들을 한 번 글로 적어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나는 나의 생각들을 개인적인 측면에서 내 삶에 자발적으로 적용하려 함일 뿐이지, 이것이 보편적인 규범이라거나 일반적으로 지켜져야 할 어떠한 의무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그냥 D형의 말대로 내가 좀 유별난 것기도 같다 ㅎㅎㅎ). 근데 그래도 안마실거다.. ㅋㅋ

1. Alcohol just doesn't fascinate me at all.

내가 술을 마시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맛보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더 닮고 싶다. 더 거룩함으로 채워지고 싶고, 매 순간 깨어서 성령이 충만한 삶을 살고 싶다. 술을 마시는 일반적인 이유가 삶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풀고 사람들과 잠시의 여흥을 즐기기 위한 것이라면 술은 내게 전혀 매력적인 것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것은 비단 술뿐만 아니라 내가 과거에 사랑하고 좋아했던 모든 것들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 너무 좋아했던 rock 음악이 그렇다. 한 때 rock 음악은 내 기쁨의 근원이었다. 음악을 통해 순간적으로 감정을 폭발시킬때 느껴지는 디오니소스적인 희열을 너무 너무 사랑했는데, 예수님을 깊이 만나고 나서는 이 음악이 내게 더 이상 매력적인 것으로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그것이 나쁘다고 느껴서가 아니라, 그것보다 훨씬 더 큰 기쁨의 근원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하기 때문이라"

2. 한국 사회의 비정상적인 음주 문화에 일조하고 싶지 않다.

술로 인해 많은 가정들이 무너지고 아이들이 상처를 받았다면 그 책임은 분명 무절제한 개인, 특히 술을 좋아하며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한국 가정의 많은 가장들에게 있기도 하겠지만, 이를 조장하고 방치해 온 한국 사회의 비정상적이고 잘못된 음주 문화에도 그 책임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소주나 맥주 광고를 찍는 것이 여성 톱스타의 관례처럼 자리잡고 있다. 일국의 톱스타가 한 나라의 TV와 신문 광고에 나와 술 광고를 하는 나라가 한국을 제외하고 어디에 있겠는가. 한국과 같이 비정상적이고도 건강하지 못한 술과 회식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나라가 또 어디에 있는가. 우리 사회에서 술로 인해 괴로워하고 잘못된 일들을 저지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이 있는가. 나는 한국 사회에 이러한 파괴적인 일들을 조장하는 문화를 유지 및 지탱하는 데에 일조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이에 대하여 저항하며, 동시에 유익하고 건강한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는 일들에 노력을 기울이고 싶다.  

3. 시간과 (안그래도 없는)돈을 더 가치 있는 일들에 사용하고 싶다.

고등학생 때 봤던 '쉰들러 리스트'라는 영화는 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오스카 쉰들러는 독일인 사업가였는데 자신의 전 재산을 사용하여 1200여명의 유대인들을 나치의 홀로코스트로부터 구해냈던 실존 인물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가 구출해냈던 수많은 유대인들이 그에게 감사를 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때 오스카는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절규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차, 반지, 옷에 달고 있던 장식 등을 때어내며 자신이 이것들을 생명을 살리는 일에 사용했다면 더 많은 유대인들을 구출해 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울부짖는다. 나는 나에게 유한하게 주어진 인생을 가장 가치 있는 일들에 사용하고 싶다. 나의 시간과 돈을 술을 마시고 그런 류의 여흥을 즐기는데 할애함으로 인하여 그만큼 생명을 살리는 일들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삶의 마지막 순간에는 이것으로 인한 후회와 슬픔이 술과 여흥으로부터 오는 즐거움 들을 압도할 것임을 알기에 더욱 술과 여흥에 나의 시간과 돈을 사용 할 수 없다. 

4.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

술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이나 기분을 통제하기 어렵게 만든다. 술로 인해 나의 감정과 기분을 절제하고 통제하지 못하여 나의 자녀들에게 좋지 않은 정서적 영향을 끼치고 싶지 않다. 자녀들 앞에서 실수를 하거나 나의 치부를 드러내어 존경 받지 못하는 모습으로 기억되는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고, 자녀들 앞에서 나의 삶을 통해 하나님의 형상을 드러내는 삶을 살고 싶다. 또한 무엇보다 나를 통하여 나의 자녀들이 여러 가지 세상의 즐거움을 접하게 되는 것보다, 그들의 참 주인 되신 하나님 아버지를 만나게 되도록 양육하는 아버지의 삶을 살고 싶다.

5. 몸과 정신을 건강하게 가꾸고 싶다.

건강한 몸과 정신을 가지지 않고는 하나님의 일은 물론 일상 생활에서도 아무것 하나 할 수 없는 연약한 인간임을 알기에 건강을 잘 관리하는 것은 내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술을 마신다고 반드시 몸에 해롭다거나 정신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오히려 약간의 술은 건강에 유익하다고 하지만), 나는 술로 인해 존재하는 여러 가지 위험요소들에 굳이 자발적으로 내 몸과 정신을 노출시키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이것은 비단 술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건강에 해로운 다른 많은 것들에 대해서도 내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이다. 보다 유익한 것들로부터 삶의 기쁨을 취하고 싶고, 건강한 몸과 정신으로 하나님과 이웃을 위해 오래 힘쓰고 일하며 살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probably the biggest reason) 술은 쓰고 냄새가 지독해서 맛도 되게 없을 것 같다 ㅎㅎㅎ